글. 이해영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심장내과 교수)
고혈압 환자를 진료할 때 거의 모든 환자가 하는 말이 “항고혈압제는 한 번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한다는데, 약을 안 먹고 혈압을 조절할 수는 없나요?”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절반의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사실은 고혈압 환자의 2/3 가량에서는 고혈압이 계속 남아 있으므로 약물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사실은 약물 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2/3 정도에서는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혈압이 이상적으로 유지되면 최초에 사용하던 약의 용량보다 적은 용량으로 감량할 수 있고, 약 30%의 환자에서는 약을 중단하고도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고혈압으로 인해 수축되었던 신체의 혈관들이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되면 다시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진료하는 의사에 따라 첫 번째 사실을 중시하는 경우에는 환자에게 항고혈압제는 평생 동안 먹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여 지속적인 복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두 번째 사실을 중시하는 경우에는 항고혈압제를 먹은 후에 혈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두 의사 모두 사실에 기초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혈압을 정상화하기 위한 식이조절, 생활습관의 개선과 같은 노력 없이 항고혈압제를 먹는 것만으로 혈압이 정상화된 상태에서 약을 줄일 경우 대부분 혈압이 다시 상승되기 때문에, 혈압이 정상화된 후 약을 끊기 위해서는 운동량 증가, 염분 섭취 감소 등의 생활 습관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